어릴 때부터 30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정신적으로 고통 받는 상황에서 그것을 이겨내려고 억지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거나 말도 안되는 희망을 떠올리고 그게 이루어 질거라고 믿어버리는 머리속 행동을 많이 했다.

학생 시절에 해도 해도 이해가 안 되는 수학 시간에는 “괜찮아! 뭐 어떻게 되겠지! 하나님이 도와 주실 거야!”라는 도피를 했다.

가난하고 뭘 해야하는지 몰라서 혼자 고민만 하던 20대 초반에는 사는데 도움도 안 되는 허접한 기능 학원에 다니면서 “그래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어! 난 잘 될거야!”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군대에 있을 때는 매 24시간 온갖 부조리와 모욕, 비참함 속에서 “이게 다 나 잘 되려고 받는 고통이야!! 난 할 수 있어!”라고 정신 승리를 만들었다.

졸업하기 전에 외국 경험 한 번 해보려고 없는 돈 모으기 위해 마트에서 알바를 하던 때엔 너무 몸이 힘들고 바쁜 상황에서 “괜찮아!! 좋은 날 올거야!!” 라며 웃었다.

적다보니 그 상황 하나하나가 너무 끔찍해서 두루뭉술하게 표현되었군. 말로 할 수 없는 싫은 상황도 많았고.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겠지. 그리고 이제는 그런 것들을 “역겹게” 느낀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거다”는 말을 오래 믿고 살았다. 그래서 억지로 웃었고 실제로 기분이 좋아졌지.(그래서 옆에서 다른 사람이 나 보고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 한 적 많은듯)

그렇게 도피, 합리화, 정신승리를 해도 현실은 변하지 않고, 억지로 웃어서 만든 가짜 기쁨은 잠깐이고 기분이 높게 놀라간만큼 떨어지는 폭도 커서 괴로움만 짙어진다.

작고 확실한 기쁨을 기대하며 정신적 균형을 맞추는 행위는 본능이다. 하지만 그것에 너무 끌려 올라가지 않도록 굉장히 경계하는 성격이 됐다. 예를들면 “내일은 주말이니까 오늘은 기쁘다” “얼마 뒤면 휴가가 있으니까 당분간 기쁘다”와 같은 기대감이 생겨도 의식적으로 많이 기뻐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것이 지나고 나면 맞이해야할 삶이 너무 불만족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너무 힘들 때는 단발적 기쁨을 적극 활용하기도 하지만… 제육이랄지 제육이랄지… 근데 내가 한 건 영 맛이 없어서. 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