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이 먹고 돈을 벌게 되면서 (취업하고 거의 4-5년만에 사긴 했지만) 게임기 정도는 사고 모을 수 있는 것이 굉장히 기뻤다. 초반에는 게임을 즐기는 행위보다 콘솔 본체와 게임들을 “소유”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 더 컸다는 것이 의외의 포인트다.

플쓰4는 안 팝니다

과한 욕망은 결핍에서 오기마련인데, 7-8살부터 30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20년 넘게 게임기 콘솔을 가지지 못한 나름의 결핍과 욕망이 비로소 그것을 가질 수 있게 되었을 때의 거대한 만족감이 된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겠다.

오여사가 아들 교육에 탁월한 사람도 아니고 그저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줘왔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하지만 거 오락실 좀 몰래 갔다고 빗자루 몽둥이가 부러질 때까지 팰 것까지는 없었지 않습니까..ㅠ) 어쩌다가 한국 사회에서 게임은 나쁘다는 인식이 생겼는지 알 수가 없다.

암튼. 물건들을 많이 소유함으로써 만족감을 채우려 했던 내 삶을 되돌아 본다. 돈이 생기면 문방구에서 파는 싸구려 연필을 잔뜩 사서 서랍 구석에 모셔놓고 보면서 좋아한다던지 쓰지도 않을 지우개를 종류별로 몇개씩 사놓기도 했다. (중간에 많이 건너뛰긴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당장 쓰지도 않을 청소도구나 세제, 물티슈를 대량구매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이런 감정을 졸업하고싶은데 아마 평생 따라가겠지. 그래도 요즘은 내 속에서 뭔가 변한 건지 집정리를 하면서 많이 버리려고 한다.

도통 행복과 만족을 찾기가 쉽지 않은 세상에서 하찮은 물욕은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회의감을 준다.

나도 누구들처럼 돈이 많아서 물욕따위 졸업하고 경험에 돈 쓰고 싶단 말이다.